유럽 무대에서 달라진 토트넘, 손흥민 없이도 만들어낸 완벽한 승리

 

“손흥민이 빠졌다고 해서, 토트넘이 멈춘 건 아니다.”

2025년 4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토트넘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1-0으로 꺾고 당당히 4강에 올랐다. 축구 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전개지만, 이번 경기의 맥락은 분명 달랐다. 무엇보다 ‘토트넘 승리’라는 결과가 손흥민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컸다. 리더 없이도 흔들리지 않은 조직력. 이 팀은 유럽 대항전에서 다시 진화를 시작했다.

 

부재의 무게를 조직이 채우다

이번 경기는 시작 전부터 불안 요소가 많았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손흥민의 결장이었다. 그는 팀의 중심이자, 주장으로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까지 해주는 선수다.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라커룸 분위기까지 주도하는 인물의 부재는, 토트넘에게 분명 큰 변수였다.

하지만 이날 토트넘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그간 손흥민과 케인에 의존하던 ‘의존형 전술’에서 벗어나, 솔란케, 매디슨, 존슨, 쿨루셉스키 등이 전방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전반 막판, 매디슨의 돌파 과정에서 얻어낸 페널티킥을 도미닉 솔란케가 마무리하면서 경기는 토트넘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그 한 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우린 괜찮다’는 강력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단단한 수비, 냉정한 후반전

후반은 프랑크푸르트의 반격이 거셌다. 홈팬들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상대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순간 빛난 건 골키퍼 비카리오의 존재였다. 유럽 무대 경험은 적지만, 이날 그는 노련한 베테랑처럼 골문을 지켰다. 중거리 슈팅, 문전 혼전 상황, 크로스 대응까지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수비진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미키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커버 플레이는 압박을 풀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후반 중반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을 5-4-1로 조정하며 수비 라인을 강화했고, 이 판단이 경기를 잠그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만든다

이제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아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경기 후 감독은 “우린 특정 선수의 부재보다, 함께 움직이는 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철학은 말뿐이 아니었다. 손흥민 없이도, 토트넘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으로서 유럽의 벽을 넘었다.

감독은 경기 내내 라인 간격 조정, 측면 크로스 차단, 수비 시 수적 우위 확보 등 기본에 충실한 전술을 고수하면서도, 공격 전개에 있어서는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주문했다. 이러한 유연성이야말로 유럽 무대에서 통하는 전술임을 이번 경기가 증명해냈다.

 

 

다음 상대, 보되/글림트

4강 상대는 이제 ‘북유럽 돌풍’ 보되/글림트다.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험은 적지만, 조직적인 전술과 끈질긴 체력, 빠른 전환 플레이로 유로파리그 내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토트넘이라면 다르다. 예전처럼 한두 선수의 기량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 전원이 움직이며 공수 전환을 만들어내는 팀. 손흥민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이 분위기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다.

이제 유로파리그 우승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단순히 4강 진출이 아닌, 유럽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더 큰 의미다.

“팀으로 뭉친 토트넘은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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